Am 7:30

눈이 뜨인다. 피곤하지 않은 느낌이라 좋다.

 

Am 8:10

준비하고 병원을 가야겠어.

 

Am 8:30

병원 진료 시작.

핫팩으로 발을 따뜻하게 하고, 뭔가 찌르르 전기가 통하는 것도 붙이고, 약 바르고 초음파 치료도 하고…. 물리치료 받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누워 병원 천장을 바라본다.

 

-

올레길을 걸으러 왔다. 그런데 발을 다친 것 같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어서 별로다. 근데 괜찮은 숙소에서 편히 쉴 수 있어서 좋다.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는 긍정적인 태도로 사물을 바라볼 것인가.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라는 부정적인 태도로 사물을 바라볼 것인가.

따위의 생각이 하다가 문득, ‘? 목이 마른 게 아니라, 배가 터질 것 같이 부르면 어떡하지?’ 라는 엉뚱한 질문이 또 생긴다.

 “…….. .. 물이 반이나 남았네…(끄억;;;)”

! 물이 반밖에 안 남았어!!”

중요한 건 어떤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 놓여져 있느냐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무리 좋은 축복의 말이라도, 누군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는 저주의 말이 될 수 있는 거다. 아픈 사람에게 어줍잖은 위로와 긍정은 썩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침묵이 더 나을 수도 있고, 때로는 시원하게 욕 한번 같이 해 주는게 더 나을 수도 있다.

 

Am 10:30

병원 진료를 마치고 나와 시내를 빠져 나오려는데 아저씨 한 분이 잉어빵을 팔고 계신다. 바람이 찬데 뜨거운 팥앙금을 호호 불어가며 먹고 싶은 생각에 1,000원어치 잉어빵을 주문한다.

엊그제 비 불더니 어제는 바람이 세더라구요했더니, 원래 제주도는 비가 오고 나면, 다음 날 바람이 세차게 분단다. , 아저씨! 별 거 아닌데 좋은 정보 땡큐!

(잉어빵 : 1,000)

-

우물우물. 그런데 잉어빵이랑 붕어빵은 무슨 차이일까.

 

-

저녁에 고구마를 구워 먹고 싶어 하나로 마트에 들른다.

마트 앞에서 자동문이 닫혔는데, 들어가시려던 할머니가 주춤하신다.

아이고, 와 갑자기 문이 닫히지?”

하시더니 문 앞에서 강아지 부르듯이 혀를 쯧쯧 차고 계신다.

.. 할머니, 지금 문 열리라고 그러신 거예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들어가면 문 열려요, 할머니!” 하고 자동문 가까이 가서 문을 열어 드렸다. 별거 아닌 일인데 웃으며 고마워 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 몸은 좀 고달파도, 여기 너무 유쾌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보기 : 1,650)

-

숙소에서 사장님이랑 같이 먹으려고 왕만두를 4개 사간다. 우왕 맛잇겠당! 8-D

(왕만두 4 : 4,000)

 

 

Am 10:35

? 숙소로 돌아가려는데, 이번엔 왼쪽 발바닥이 아프다.

.. .. 이건 또 왜 이런 거지;;;;;;;

 

Am 12:00

쓰던 글들을 정리하고, 점심으로 만두국을 먹는다. 같이 먹으려고 사온 왕만두는 결국 국 속으로 퐁당퐁당ㅋㅋㅋㅋㅋㅋ 아옼ㅋㅋ 왕만두를 여기 때려넣을 생각을 하다닠ㅋㅋㅋㅋㅋㅋ

 

-

점심 먹으러 숙소로 온 원장님이 발을 절뚝이는 모습을 보더니 발바닥이 아프다고? 그거 족저근막염 같은데?” 하고 한 마디 하신다.

???????? ?? 뭐라구요?????????;;;;;;;;;;

그 한 마디로 나는 멘붕의 도가니.

…… 안되면 그냥 접고 포항 가는거지 뭐. 젠장.

 

Pm 2:00

일단 오늘까지 쉬어보고 생각해보련다. 그냥 편한 맘으로 까페에 앉아 기타나 튕기고 있다.

집에서도 한량이었는데 설마 여기 왔다고 한량짓 못 할까?

족저근막염에 대해 찾아봤는데, 어차피 자연 치유가 되는 병이란다. 그럼 그냥 두면 낫겠지 뭐.

내가 원래 이렇다. 뭔 일이 있어도 그닥 걱정이 없다. 목요일쯤 또 비온다고 했으니, 내일 봐서 괜찮으면 하루 이틀쯤 걷고 모레 또 쉬고 하지 뭥-3-

어차피 아프면 쉬기로 했으니, 부담없이 푹 쉰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 되잖아8D

컴퓨터도 되고, 기타도 있고, 피아노도 있고, 2층 테라스는 전망도 좋고, 여긴 진짜 최고양. 꺄올!!

 

(-ing)

 

Posted by 민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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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9:30

오늘은늦잠.어차피 물 빠지고걸어야할 테니, 여유롭게 침대에서 뒹굴거린다.

 

Am 10:00

사장님 친구분이랑 아이패드 들고 헤매고 있기에 도와드림. 덕분에 커피 한 잔 얻어 먹고, 앞으로 일정 정리를 해 본다.

 

Am 10:30

. 사장님이 장 보러 가신대서 쫄랑쫄랑 따라감. 사장님 장 보시는 사이 나는 병원으로 진료받으러 슝슝- (알고보니 옆 방 숙소에 묵던 분이 병원 원장님이셨다;;)

 

-

. 발등 인대 손상 같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은 그냥 쉽시다. 역시 주일은 안식해야 한다.

(약값 : 2,700)

 

Am 12:40

진료를 마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의미로 고기국수 먹으러 간돵!

히히 수고했어 발등아:D

(고기국수 : 5,000)

 

Pm 1:10

배 터지게 먹고 숙소로 간다. 핸드폰이 꺼져서 그냥 올레길 따라 해변가로 왔다.

본의 아니게 표선 해비치 해변에서부터 갯늪까지 걸었다. . 예쁘다.

 

Pm 2:00

놀며 쉬며 걸어서 숙소로.

오늘은 밀린 글들을 써야 겠다.

 

Pm 5:00

어휴, 계속 걷다가 컴퓨터 앞에 하루종일 붙어 있으려니 이것도 생각보다 힘들다;;

방에서 좀 쉴거야;;

 

Pm 6:38

느엉.. 그래도 밥은 해 먹어야지….

했는데 주방에선 이미 칼국수가 끓고 있음.

히히, 잔심부름 도와 드리고 저녁은 칼국수다!

 

Pm 7:30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다. 씻고 몸을 주무르는데..

? 생각보다 발등이 많이 부어가는 느낌?;;

파스를 잘라 붙이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내일 병원 가 보고 몇 주 더 쉬어야 할 정도면 어디선가 알바자리를 알아봐야겠다(느엉)

 

Pm 9:30

쳬쳬랑 통화하다 잠이 든다.

오늘은 하루종일 침대라서 잠이 안 올까 걱정했던 것도 다 기우였어…..

zZzZ

(해비치불턱 게스트하우스 숙박비: 10,000)

 

 

식비

국수마당

고기국수

5,000

숙박비

게스트하우스

해비치불턱

10,000

기타

약국

약값

2,700

총 지출액

17,700

 


 

 

Posted by 민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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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8:00

반짝! 눈이 떠진 아침. 살짝 몸을 움직여 확인해보니컨디션은 베리 굿! 근데 날씨가 꾸물꾸물 심상치 않다. 일기 예보대로라면 오늘 저녁엔 비가 올텐데. .. 어쩌면 오늘은 코스 완주를 못할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좀 더 밝아지면 움직여 볼래.

 

Am 8:10

우와ㅋㅋㅋ 나 방금 굉장한 거 발견함ㅋㅋㅋ

어제 오른쪽 종아리를 좀 더 열심히 주물렀는데, 그래서인지 오른쪽이 훨씬 덜 아픔ㅋㅋㅋ 헐ㅋㅋㅋ 이건 뭐ㅋㅋㅋ 짝짝이 양말 신은 것도 아니고ㅋㅋㅋ

 

Am 8:55

큰일이다. 해는 이미 떴는데, 하늘이 생각보다 맑지 않다. 저녁에 비 내리기 전에 얼른 걸어야 할텐데;;

 

Am 9:51

준비하고 나가야지! 해 놓고는 한참을 꼼지락 거렸다.

보희 언니가 가는 날이라 더 아쉬웠나 보다.

사장님도 아쉬웠는지 커피 두 잔 내려주시며 마시고 가라 하신다.

 

Am 10:32

온평포구 도착. 오늘은 3코스다.

일기 예보를 확인해 보니 늦은 시간 비가 올 듯 하다. 적당히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다 비 오기 전에 돌아와야지. 오롯이 혼자 길을 걷는다.

 

Am 11:27

배가 고픈 듯한 느낌이 들면 숙소에서 싸온 감자, 고구마, 귤 따위를 하나씩 까 먹고 있다.

음식을 지고 걷다가 먹을 때마다 조금씩 가방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좋다.

 

-

걷고, 걷고, 또 걷는다.

문득 중고등학교때 오래 달리기를 하던 생각이 난다.

100m 달리기는 잘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 오래 달리기는 자신 있었다. 준비, ! 하고 다른 친구들이 땅을 박차며 뛰어 나갈 때, 나는 습습후후 숨을 쉬며 천천히 뛰었다. 조금 빠른 걸음을 걷는 듯한 느낌으로,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있으면 먼저 뛰어나간 친구들에게 한 바퀴나 따라 잡힐 때도 있었다. 그렇게 내 속도를 지키며 그닥 힘들지 않게 뛰다가, 한 바퀴 반쯤 남으면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남들은 지쳐서 하나 둘씩 나가 떨어질 때, 난 전보다 더 빨리 뛰었다. 마지막 한 바퀴부터는 더 속도를 올리고, 코너는 돌아 결승선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하면 정말 전속력으로 달렸다. 결국은 거의 하위권에서 시작해, 대부분 2~3등 쯤으로 들어왔던 것 같다. (진짜 잘 달리는 1등은 못 잡겠더라. 처음부터 끝가지 일정하게 빠른 친구도 있긴 하다.)

왜 이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졸업하고 다들 달려나갈 때 출발선에서 기어가듯 걸어가며 내 숨을 쉬는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서 그랬을까.

 

-

지금 생각해보면 왜 늘 의심없이 정해준 대로 달렸을까 싶다. 까짓 체력장, 빵점 한번 맞고, 선생님한테 엉덩이 한 대 맞더라도, 한 번 쯤은 반대로 달려볼 걸. 요이 땅! 하면 안녕안녕, 친구들이랑 마주보고 인사하면서 달려보기8D

 

Am 12:06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 토독.

좀 있으면 산길로 들어설텐데.. 걱정이다. 맘이 바빠 자꾸만 허둥거리게 된다:(

 

-

으윽. 날씨는 걱정대로. 통오름 정상 즈음부터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것 정도야, 바람막이 겸 우비로 해결하면 되지만, 걱정은 된다. 더 들이쳐서 바닥이 미끄러워지면 어떡하지? 제주도에서의 첫 비는 걱정만 한가득 안겨주고 있다.

 

-

혼자라 약간 불안했는데, 또 다른 올레꾼을 만나서 마음이 한결 놓인다. 게다가 이 분, 손화철 교수님을 닮은듯한 외모의 소유자(!!)

.. 교수님!!ㅋㅋㅋㅋ 왠지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에 더 마음이 놓였다.

 

Am 12:20

독자봉에 오르다.

이슬비가 그칠 듯 말 듯, 약올리는 것처럼 내린다.

촉촉한 나무냄새가 조금씩 피어 오른다. 물을 머금은 바람이라 세차게 불어도 부드럽게 뺨을 훑는다. 생각보다 운치있네(히히)

 

-

계속해서 돌담벽을 끼고 밭 길을 지나고 있다.

오늘은 왠일인지 무우밭이 유난히 눈에 띈다.

무청이 이렇게도 예쁜 줄은 몰랐는데.

 

-

제주도는 흙이 까맣고 곱다. 흙더미를 폭 하고 밟으면 흙먼지가 와락 올라온다. 흙길가에 난 꽃들이나 낮은 풀들은 비로 샤워하기 전까지 땟국물이 줄줄 흐른다. 몇 시간쯤 그런 흙길을 걷고 나면 신발도 금새 꼬질꼬질해진다. 숙소에 가서 신발을 벗어 보면, 신발 속으로 흙 먼지가 들어온 것도 모자라 양말 속 발가락 사이사이 먼지로 까맣다. 그러면 대충 물로 탈탈 터는 게 아니라, 꼼꼼히 먼지를 씻어줘야 한다. 자연스레 정성들여 발을 씻게 된다. 그렇게 천천히 씻고 나오면, 스스로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좋아진다.

 

-

요즘 비가 너무 안 와 걱정이라던 할망의 얼굴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는 손꼽아 기다리던 반가운 비겠지.

 

-

어느새 비가 후두둑 내린다.

보통 때 같으면 건물 밖으로 나가지도 않을 정도.

무청이 비 맞는 소리가 좋아서 귀를 옷 사이로 빼꼼 내어 놓은 채로 걷고 있다.

 

Pm 1:13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도착했다.

다리도 아파 사진을 보며 잠시 쉬어갈 겸 들어가 본다.

 

-

구름 사진을 보는데, 그 만의 고집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매일 같은 자리에 올라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하루 종일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겠지.

그리고 또 찬찬히 갤러리를 훑어보다가 결국 왈칵 울음이 터졌다. 그렇게 한참을 울며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제주에 미쳐 사진기 안에 제주도의 구름, 오름, 나무 모습을 담다가 갑자기 루게릭병에 걸리게 되셨단다. 사진을 들여다 볼수록 왈칵왈칵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

김영갑 갤러리에서 찍은 사진 중 일부를 발췌하여 적어둔다.

 

"육신의 움직임이 둔해질수록 활동 반경이 좁아져 방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손의 움직임이 약해져 책장을 넘기거나 글을 쓸 수도 없다.의자에 앉아 있기도 힘에 부친 날은 사람들과 만날 수도 없다.혀가 꼬여서 어눌해진 발음 때문에 전화 통화도 어렵다. 혼자 지내는 하루는 느리고, 지루하다. 일상은 단순하고, 탄력이 없다. 방 안에서 지내는 동안에는 침대에 누워 있는다. 눈을 뜨면 천정과 벽만 보인다. 장애를 가진 내 육신이 보인다. 눈을 감으면 지평선과 수평선이 보인다. 중간산 외딴집에서의 하루는 길었다. 찾는 이 없이 혼자 지내는 하루는 지루하고 더디 흘렀다.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으면 심심하고 지루했다. 불평불만으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이 지금은 그립다. 온종일 침대에서 지내야 하는 지금은, 카메라를 메고 들녘을 쏘아 다니던 그 때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깨닫는다. 앞을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수직 절벽이고, 뒤를 되돌아본다고 흘러간 세월을 어찌할 것인가. 좌우를 살펴도 방법이 없다. 민간요법에 매달려 보았지만 나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하늘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든 생명은 하늘의 영향을 받는다. 하늘의 도움 없이는 잠시도 살지 못한다. 이젠 하늘만을 믿어야 한다. 오늘 내가 감당해야 할 시련이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불평하지 않고 설렘으로 내일을 기다린다. 어제 하루가 고통스러웠듯, 오늘의 시련이 내일로 이어짐을 알기에 새날이 시작되어도 절망하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따뜻한 봄을 만날 수 있다. 추위가 강할수록 따사로움은 돋보인다. 풀과 나무가 내게 길을 가르쳐 주었다. 나무는 열매에 집착하지 않는다. 풍성한 열매를 기뻐하지도 우쭐대지도 않는다. 열매는 사람, 곤충, 새들의 몫이다. 아낌없이 모두 나누어주고, 나무는 다시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시작한다. 병을 치료할 방법이 없음을 알았을 때, 주저 없이 자신을 자연에 내맡겼다. 삶의 끝자락에 내몰린 나는 그렇게 하늘만을 믿고 나에게 허락된 하루를 감사하며 신명을 다해 오늘을 즐긴다. 온종일 깊은 생각에 잠겨 내 자신을 들여다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나만이 가진 것은 무엇일까. 그 동안 보고, 느끼고,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나를 들여다볼 뿐 무엇을 보려고, 느끼려고, 깨달으려고 하지 않는다. 남들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보고 싶으면 보고, 느끼고 싶으면 느끼고, 깨닫고 싶으면 깨달으면 된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여행을 할 수 있어 좋다. 몸 따로 마음 따로,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이제는 흘러가는 대로 지켜볼 뿐이다. 나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 동안 보고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통해 자연의 질서, 생명의 순환원리, 대자연의 메시지를 나누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지내는 동안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편안하고 즐겁다. 두 눈으로 보았고, 두 귀로 들었고, 두 손으로 만져보고, 두 개의 콧구멍으로 맡아보고, 온 몸으로 느껴 보았기에 확신했던 것들이 진짜배기가 아니라 허드레한 것이었음을 알았다. 20년 동안 오름 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나도 모르면서 두 개, 세 개 욕심을 부렸다. 중산간 오름 모두를 이해하고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하겠다는 조급함에 허둥대었다. 침대에 누워 지내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 같은 과오를 범했을 것이다."

 

이 글을 보다 그렇게 울었다. 사진을 보다 또 울었다.

'나무는 열매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말을 읽고 또 읽으며 얼마나 마음이 울렁거렸는지.

60년쯤 후가 되어서 내가 죽음을 목전에 둘 때 즈음이면, 나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를 남길 수 있을까.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그럴 수 있다면,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김영갑 갤러리 입장료 : 3,000)

(무인까페 얼그레이 홍차 : 2,000)

 

Pm 2:42

두모악 무인 까페에서 홍차 한 잔을 마시며 마음을 추스른다. 날이 흐려 오늘은 이만 숙소를 갈까 싶다.

 

Pm 3:08

갤러리 입구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걷는 느낌이 좋아서 좀 더 걷기로 했다.

바람이 선선하다.

오히려 해가 더 밝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Pm 3:26

정말 햇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앞에는 올레길을 걷는 가족이 있다.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들어 파아란 하늘 조각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

파도 소리, 바람 소리. 억새 흔들리는 소리.

그런 것들이 들린다.

 

Pm 3:47

한 조각이던 하늘이 어느덧 두 조각, 세 조각, 한 화면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바다 목장을 걸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여기서 보이는 바닷가에는 돌이 많아 파도가 연신 돌에 부딪혀 부서진다. 그럴 때마다 진한 바닷빛은 에메랄드 물빛으로 변한다. 하이얗게 공기방울이 올라온 후엔 다시 파도가 돌을 때리고, 바다빛은 다시 밝은 물빛이 된다. 멍하니 보게 될 수 밖에 없다. 바람이 많이 불어 더 그런 듯.

 

-

신천리 마을 안의 소낭밭 숲길로 들어선다. 날도 흐린데 나무 빽빽한 숲으로 들어서자니 불안한 느낌이 든다. 한참을 헤매다 결국 GPS를 켜고 나서야 숲을 나올 수 있었다. (알고보니 나무가 쓰러져서 길을 막고 있었던 거였어)

 

-

작은 마을 안에서 간지가 줄줄 흐르는 체 게바라 트럭을 만난다. ! 순간 감동이 물밀 듯 밀려온다.ㅋㅋㅋㅋㅋㅋ 조금 더 걷다 보니 대문 없는 집이 나온다. , 이 사람들 정말 정직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

Oh oh, 표선 해비치 해변이 나왔다네, oh oh

히히 신난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 더 걷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8km를 내리 걸은 셈. 백사장은 아름답지만, 사실 지금 난 많이 지쳐 있다:_(

 

그래도 결국 3코스 완주!

 

Pm 6:00

오늘은 좀 늦었다. 하나로 마트에 들러서 간단히 먹을 것들을 사고, 숙소까지는 택시를 탄다. 더걸을 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해가 너무 어둑하기도 하다.

(표선 숙소 택시비 : 4,500)

(하나로마트에서 장보기 : 2,520)

-

늦게야 들어온 숙소에서 뜨거운 물로 천천히 몸을 씻고, 다시 바세린을 바른다. 상큼한 아침을 위해, 마사지 마사지!! 룰룰

 

Pm 7:00

힘들고. 귀찮고. 밥 하러 움직이는 것도 싫어 이불 속에서 꾸물거리고 있는데 사장님이 부르신다. 귀찮지만 대충 옷 입고 올라가 보니 저녁 먹으라고 불러주심ㅋㅋ 우왕ㅋㅋㅋㅋ

메뉴는 닭도리탕이랑 김치전. 맛있게 먹었다:D

 

Pm 9:00

피곤해서 일찍 자러 들어옴.

아아, 뻗을거야;; 내일 아침엔 병원을 가 봐야겠다.

오른쪽 발등이 시큰한 게 영 걸린다.

 

Pm 11:00

비바람이 마구 들이치는게, 꼭 태풍 부는 것 같다.

약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냥 잠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 설마 집이 날아가기야 하겠어?ㅋㅋ

(설마 뭔 일 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도 잠깐 들기는 했으나…. 나 여깄는데 집에 다 알렸는데 알아서 찾으러 오든지 하겠지)

(해비치불턱 게스트하우스 숙박비: 10,000)

 

 

교통비

택시

표선리-해비치불턱

4,500

식비

하나로마트

감자

720

라면

800

맛살

1,000

숙박비

게스트하우스

해비치불턱

10,000

기타

입장료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3,000

까페

얼그레이 홍차

2,000

총 지출액

22,020

 

 


 

 

Posted by 민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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